어린시절 탕수육은 고급 음식이라 생각되었고, 특별한 날에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수능을 본 날에도 짜장면과 함께 세트메뉴로 탕수육을 시켜먹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집이 하향평준화 되었다며 투덜거리고, 이집 탕수육은 잘하네 저집은 못하네하며 평가질하는 나를 발견할 때 왠지 모르지만 기분이 참 뭐같았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 때 엄마가 어쩌다 한 번 씩 계란으로 부친 분홍 소세지나 케찹을 품은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를 싸주셔서 먹을 때면 그렇게 맛있고 행복했다.
추억의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어보면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음식이 변한걸까 내 입맛이 변한걸까.
외식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요즘은 어느 식당을 가도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다.
너무도 익숙해져 소중함을 잃은 것일까.
코로나로 인해 잠시나마 미각을 잃었을 때 삶의 질 마저 무너진 것을 기억한다.
잊지말고 기억하자
잃지말고 돌아가자.
어린 시절 도시락 뚜껑을 열던 그 기쁨으로.
탕수육의 바삭함에 황홀했던 그 소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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