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라는 단어도 일부 얼리어답터들 외에는 생경하던 시기 평소 사고싶던 디제잉기기가 재고정리로 인해 세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행 업체를 통해 구매했습니다.

미국에서 오는지라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제품 가격 자체는 저렴했지만, 대행 수수료와 당시 높은 환율, 관세까지 포함하니 꽤 적지않은 가격이었습니다.

음악적인 지식이나 경험도 부족한데다 전문 디제잉 장비 업체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다보니 조작이 서툴고 까다로워 결국 사용빈도는 점점 줄었고 소장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먼지만 쌓이다가 비싸게 주고 어렵게 구한 장비인지라 생각이 날 때 마다 당근에 올려두곤 했는데 1-2년이 지나도 채팅이나 찜하나 없길래 결국 무료나늠을 결정했습니다.

박스가 크다보니 언제까지 집에 계속 둘 수도 없고 혹시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올린건데 마침 어떤 분이 바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평소 사고 싶었던건데 비싸서 못사고 포기했는데 나눔한다길래 연락드렸다. 가능하면 바로 찾아뵙겠다는 연락에 저도 반가운 마음에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았습니다.

가게를 비우기 어려워 자차로 오시면 가게 앞에 주차가능하다고 하니 본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 성환역에서 만나는건 어렵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나눔하는건데 굳이 이동까지 이 분 편의에 맞춰 해야하는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했지만 마침 비도 오고 다리가 불편해서 그러니 이해바란다는 말에 그분이 원하는 시간에 성환역에서 보기로 정했습니다.

장소에 도착하니 제 또래나 젊은 분이 아니라 나이가 지긋히신 분이셔서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그래도 잘쓰시길 바란다는 말하고 얼른 다시 가게로 돌아가려는데 근데 이거 정확히 어떤거냐고 어떻게 사용하는거냐고 질문을 하시는겁니다.

황당해서 이미 어떤건지 다 알고 받으러 오신거 아니냐 했더니 아 그렇긴한데 생각보다 부피가 꽤 커서 혹시나해서 물어본거라며 아무튼 잘 쓸께요하고 먼저 휙 돌아 가시는데 왠지 허탈함과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아무튼 이라는 단어가 참 걸렸음..아무튼.. 아무튼..)

그래 본인이 쓰시든 자식이나 나중에 손자 주시든 알아서 잘쓰시겠지 어차피 버리느니 누구라도 쓰는게 좋지 혼자 그렇게 긍정 회로를 돌리며 가게로 돌아왔고, 나중에 우연히 동네생활 속 그 분의 질문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닉네임에 과거 돌아가신 영부인 사진을 플사로 해두셔서 잊을 수가 없음..)

집 안에 안쓰는 물건들이 많은데 이런거 고철이나 고물상에서도 받아주느냐 직접 가야되는지 아니면 가지러도 오는지 또 얼마정도 받을 수 있으냐 그런 글이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 제가 나눔했던 물건도 있었고 아마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게 그렇게 나눔을 받으신 물건들로 보였습니다. (이미 제가 발견하기 전 누군가가 댓글로 자기 물건 나눔 받아놓고 이렇게 파는게 어딧냐며 지적을 하셔서 알게됨.)

물론 본인이 필요 없어진 물건이기에 그 물건을 타인에데 주거나 다시 되판다고한들 이전 소유자가 뭐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또 형편이 어려워 그렇게라도 생계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인간적으로 서운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나중에 그 분이 따로 스크린골프 지역모임도 구성해 홍보하는걸 보았는데 진짜로 당시에 다리가 불편한 분이 맞았는지 형편이 어려운 분은 맞았는지 나 혼자만의 착각과 오해는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잠을 못이루었습니다.

어차피 세상에 태어난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나보다 더 가치있게 쓰인다면 더 바랄게 없지만, 새로 만난 주인에게도 곧 버림을 받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생명이 없는 물건일지라도.. 값지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혹여나 이 글로 인해 무료나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사례일 뿐 멋지고 훌륭한 분들이 더 많습니다.

오실 때 고맙다며 커피나 음식, 선물 챙겨오시는 분, 빈손으로 어떻게 오냐며 가게 물건이라도 하나 사가시는 분, 정성담긴 후기로 고마움 전해주시는 분.

반대로 무료나눔을 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따로 포장하거나 설명 쪽지 붙여서 주시는 분. 어차피 나가는 길이라며 직접 가져다주시는 분 등.

주변에는 좋은 이웃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어제 늦은 밤 퍼붓든 쏟아지는 비와 내려치는 천둥 번개로 밤잠을 설치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이 비로 무더위도 함께 씻겨져 내려갔으면 합니다~

#무료나눔 #자원순환 #좋은이웃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