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동대문 운동장에서 열렸던 전설의 힙합 공연 2001 힙합 클랜.

당시 나는 MC이카루스라는 이름으로 스나이퍼 팬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중2병 힙찔이였고, 팬레터를 쓰기도 하고, 랩가사를 업로드하기도 했었다.

당시의 힙합씬은 크게 마스터플랜과 무브먼트크루가 양분하고 있었고, 스나이퍼를 필두로 한 붓다베이비가 막 피어오르던 시점이었다.

나 혼자 상경하는게 걱정되었던 부모님은 힙합에 관심도 없던 사촌누나를 보호자로 같이 보냈고, 공연보러 천안에서 기차타고 상경했었다.

나의 첫 원정 공연이자, 아마도 내 개인 목적과 의지로는 처음 상경을 하게된 날이었다.  

국내 힙합씬에서는 유래없는 큰 규모의 공연이었기에 사람이 워낙 많아 대기줄은 상당히 길었다. 여름이지만 날이 흐려 그렇게 덥지는 않았고..

무튼 대기 중 앨범을 팔러 다닌 사람들이 있었는데 앨범 2개를 사야 2001 힙합 클랜 수건을 준다길래 반강제로 앨범 2개를 샀었다.

(앨범 구매 후 진짜 미친듯 들었었는데 버린 기억도 없는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그리고 그날 따라 비는 왜 그리도 많이 온건지.. 진짜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살수기로 퍼붓는 정도였다.

아마도 내 기억에는 스나이퍼 형님이 솔아솔아푸르른솔아를 부르며 공연이 시작된거 같고, 비트박서 은준의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무브먼트 크루를 좋아했던 터라, 드렁큰 타이거를 보기 위해 상경한 것이었는데.. 해외 랩퍼가 계속 앵콜 공연을 하는 바람에 타임테이블은 진즉에 깨졌고 계속 딜레이가 되는 바람에 막차 시간에 쫒겨 보지도 못하고 나왔었다.

그 후 드렁큰 타이거는 나중에 한밤의TV연예에서 공연이 소개된 장면에서야 잠깐 본..

앨범을 2개 사며 받았던 수건은 당시 나의 힙합 아이덴티티이자 내 분신과도 같았고 어디를 가든 늘 함께였다.

나중에 락과 제이팝에 빠지면서 힙합을 멀리하기 전까지는 늘 소중하게 간직했던 앨범과 수건. (버린 기억이 없는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솔플러 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세바스찬 누나 덕분에 홍대 롤링 홀 대기실에서 잠시나마 내 아이돌이었던 스나이퍼 형과 재회를 했었다.

당시 앨범에 싸인을 해주며 니가 이카루스였어? 짜식 반갑다~ 어떻게 지내니? 하며 언더시절 팬카페 활동을 하던 나를 기억해줌에 뭉클했었다.

비록 힙합 클랜의 앨범은 곁에 없지만, 내 10대의 절반을 갈아넣었던 힙합. 그리고 그 힙합에 대한 추억이 담긴 상징적인 앨범 스나이퍼의 싸인 CD.

오래보자.
잃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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