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경험하는 자극 중에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
사람마다 다를 순 있지만 자극 중에 으뜸은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없어진 음식은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다.

흉내는 낼 수 있을지언정 그 맛과 향을 온전히 복구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음식은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재료로 특정한 조리법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특정한 우연의 조합 속에 내가 같은 시공간에 동참해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내가 지금도 기억하고 추억하는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그리워하는 음식이 있다.

이미 돌아가신 누군가의 손맛일수도 있고
이미 없어진 가게의 대표메뉴일수도 있고
뻔한 맛이지만 그 때의 온기에 대한 추억일 수도 있다.

가난했던 친구의 부모님이 처음으로 집에 데려온 아들 친구에게 내어주신 최선의 반찬이었던 김치볶음. 고추장찌개. 김치볶음밥(고추장비빔밥에 더 가까웠던)과 김치전.

그릇과 수저 말고는 온통 김치와 빨간색 뿐이었던 그 밥상. 나는 왜 그게 그렇게도 맛있었을까.

친구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고 얼굴 생김새도 떠오르지 않지만 그 때 맛본 음식의 맛 그리고 따뜻했던 가족의 정과 온기는 지금도 선명하다.

같은 음식을 공유한다고해서 식구라는 단어가 생겨났다던가.
그렇다면 모든 우연의 일치 속에서 같은 음식을 공유하고 추억과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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